👁 한쪽 눈과 말의 벽을 넘어 – 조선의 중복장애 시인, 이단전 이야기

📜 서론 – 신분, 장애, 그리고 시인의 꿈
조선 후기, 노비 신분이면서도 시와 서예에 능한 인물은 매우 드물었습니다.
그 중에서도 한쪽 눈만 보이고, 말도 뚜렷하게 하지 못하는 중복장애를 지닌 인물이 시단(詩壇)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.
정조 시대의 시인이자 서예가 이단전(李端全)은 바로 그 예외였습니다.
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, 신분제 사회에서 ‘예술’이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.
👶 어린 시절 – 가난과 병마 속에서
이단전은 태어날 때부터 노비였고, 어릴 적 불의의 병으로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.
언어장애까지 겹쳐 사람들과의 대화도 불편했습니다.
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와 글을 귀로 익히고, 손으로 붓을 잡으며 세상을 배웠습니다.
다른 아이들이 놀 때, 그는 벽에 붙은 종이에 글자를 따라 쓰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.
📚 학문과 예술의 길 – 침묵 속의 수련
그가 글을 배운 방식은 독특했습니다.
말로 질문하기 어려운 탓에, 그는 스승의 글씨를 눈으로 보고, 손으로 따라 그렸습니다.
한쪽 눈으로 보는 글자는 왜곡되어 보였지만,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글씨에 독특한 힘을 불어넣었다고 합니다.
서예를 할 때마다 그는 붓끝에서 나오는 ‘서걱’ 소리에 집중했고, 그 리듬으로 글씨의 균형을 맞췄습니다.
📖 『풍요속선』 속의 이단전
이단전의 시는 조선 후기 대표 시선집 『풍요속선(風謠續選)』 7권에 15수가 실려 있습니다.
이는 양반 출신도 아닌, 노비 출신 시인으로서는 드문 성취였습니다.
그의 시는 길지 않지만 함축적이며, 인간사의 무상함과 자연 속 고요를 자주 그렸습니다.
📌 시 한 수 예시
봄날 벚꽃 잎은 흩날리고
나는 작은 방 안에서 글씨를 쓰네
세상 소란은 멀리서 들릴 뿐
먹 향기만이 벗이 되리라
이 시에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의 고독과, 글과 먹에서 위안을 찾는 삶이 담겨 있습니다.
📌 일화 ① – 정조의 부름
이단전의 시와 서예 실력은 결국 궁중까지 전해졌습니다.
정조는 직접 그를 불러 작품을 보았는데, 이단전은 떨리는 손으로 시 한 수를 써 바쳤습니다.
정조는 이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고 전합니다.
“그대의 시에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담겨 있구나.”
정조는 그 자리에서 그의 작품을 궁중 문집에 실리게 하고,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주었습니다.
📌 일화 ② – 문인들과의 필담 모임
이단전은 발음이 부정확해 말로 대화하기 어려웠지만, 문인들과의 교류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.
그는 필담(筆談)을 통해 시와 생각을 나누었고, 모임에 갈 때마다 붓과 먹을 챙겼습니다.
어느 모임에서 한 문인이 그에게 “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가?”라고 묻자, 그는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.
“나는 절반의 세상을 보지만, 두 배로 깊이 본다.”
이 답변에 문인들이 모두 숙연해졌다고 전합니다.
건강하게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일상에서 감사하기 보다 불평을 말하는 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!!
📌 일화 ③ – 서예 전시회
그의 서예 작품은 한양의 한 서화 모임에서 전시되었는데, 이를 본 관객들은 “필획이 강건하고 절제되어 있다”며 놀라워했습니다.
특히 한쪽 시야만으로 글씨의 균형을 맞춘 점에 감탄하며, ‘반안(半眼)의 필법’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.
📊 이단전의 생애 요약
| 시 기 | 사 건 |
| 출생 | 노비 신분, 시각·언어 중복장애 |
| 청년기 | 독학으로 시와 서예 수련 |
| 정조 시대 | 『풍요속선』에 시 15수 수록 |
| 후반기 | 문인들과 필담 교류, 서예가로 활동 |
⚖ 역사적 평가
- 문학적 의의: 장애와 신분제라는 이중 장벽을 넘어선 문학 성취
- 사회적 메시지: 예술은 신분과 신체 조건을 초월할 수 있음을 증명
- 문화사적 가치: 조선 후기 문학사 속 ‘포용과 다양성’의 상징
💡 오늘날의 시사점
이단전의 삶은 “제한 속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”는 메시지를 줍니다.
그는 시각과 언어의 불편함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았고, 오히려 그 한계를 새로운 개성으로 바꾸었습니다.
오늘날에도 그의 시는, 장애를 넘어선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.